오송규 초대전 <심상-소요逍遙하다>
수묵의 검고 깊은 먹색들과 부드러운 중·담묵의 운용 그리고 여백이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대비와 조화는 화면에 나타나는 수묵의 번짐과 스밈을 통해 이루어진 것들로 수많은 별들로 가득 채워진 밤하늘의 공간과 어둠속에 단순한 형으로 나타나는 숲과 별빛에 빛나는 강물의 표정, 구부러진 길들을 여백으로 처리함으로써 화면에 채움과 비움의 조형의 공간을 이루어내게 된다.
세상은 가시적인 부분과 가시적이지 않는 부분으로 구분된다. 어둠은 가시를 비가시로 바꾼다. 나는 이런 비가시적인 상상의 공간이 좋다. 이런 비가시는 나를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나는 저 숲과 강에 살고 있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평범한 수많은 생명체를 상상하면 즐겁다. 그래서 만물이 드러나는 낮보다 모든 것이 덮어지는 밤이 좋다. 달과 별빛이 빛나는 저녁나절 숲속으로 나 있는 길을 걸으며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 속에 새가 되기도 하고 별과 달이 되어 세상을 소요하는 꿈을 꾼다.
소요는 아무런 생각 없이 어슬렁거린다는 뜻으로 내가 자유롭다는 의식마저 없는 상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절대 자유를 의미한다. <작가노트 中에서>